충격 실화 바탕으로한 넷플릭스 영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 잭 에프론의 변신

넷플릭스 영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


다정하고 똑똑한 그가 잔혹한 연쇄 살인마라니!

테드 번디와 사랑에 빠진 싱글 맘 리즈는 그의 범죄 사실을 수년간 믿지 못한다.

악명 높은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출연: 잭 에프론, 릴리 콜린스, 카야 스코델라리오

감독: 조 벌린저


영화를 보기 전

 주말에 뭘 볼까 하며 넷플릭스를 뒤적이다가 얼마 전 곧 공개한다고 예고 영상으로 접했던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가 올라와있는 것을 봤어요. 예고 영상은 미국에서 벌어진 충격 실화로, 너무나 매력적인 모습의 연쇄 살인마와 그를 사랑한 여자의 이야기라며 흘러갔던 기억이 있어요. 이 이야기가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많은 부정적인 반응들이 있었다고 해요. 연쇄 살인을 저지른 끔찍한 살인범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 미화될까 봐 우려된다는 의견들이었죠.

 

 배우 잭 에프론의 하이틴 영화만을 기억하는 저에게 이런 소재에 영화에 잭 에프론이 살인마로 출연한다는 것 자체부터 흥미롭고 그 연기 변신이 어떨지 많이 기대가 되는 부분이었어요. 

 

 저에게 있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였습니다.

 

  1. 잭 에프론의 연기 변신
  2. 살인마와 잔혹한 연쇄살인사건의 미화가 없을까

 넷플릭스 영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 이 영화를 제목만큼 그리 달콤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소재 자체가 가볍게 다루기엔 무겁기도 하고요!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식의 전개에 계속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추천드려요! 

 

 

 


※ 여기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제목이 마치 판타지 로맨스를 연상케 할 정도로 달콤한데 단언컨대 이 영화 속 그 어떤 장면도 전혀 달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참 딱 맞는 제목이었다고 생각해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는 1970년대 미국의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 시어도어 로버트 번디(이하 테드 번디)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테드 번디는 1974년부터 1978년까지 4년에 걸쳐 미국 전역을 돌며 여성들을 강간하고 잔혹하게 살해하는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테드 번디는 법대 졸업 이후 정계 진출을 하여 공화당의 젊은 정치인으로서 인지도를 얻는 중이었는데 그 와중에 무려 30명 이상의 여성을 살해합니다. (실제로 그가 살해한 여성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나 증거와 정황들로 인해 그가 인정을 한 숫자만 30명인 것입니다.) 

 

 

 여기서 제목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부분은 테드 번디는 몹시 호감 가는 외모를 가졌으며 카리스마 있고 뛰어난 언변의 남자였기에 이 부분을 이용해 여성들을 유인했습니다. 그리고는 강간하거나 잔혹하게 살해했습니다. 피해자의 사례 중에는 턱이 함몰되거나 두개골이 으깨지는 등의 매우 참혹한 경우도 있습니다. 수려한 외모와 말빨(?)을 갖춘 마성의 사이코패스 악마의 재판이 지속되면서 팬클럽이 생겨납니다. 말도 안 되지만 심지어 수감되어 있는 동안 자신의 팬과 결혼까지 합니다.

 

 

 

 

 테드 번디는 수감과 탈출을 반복하고 재판에서 자신이 직접 변호를 하기까지 하고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언변과 매력으로 죽음을 피하려 안간힘 썼습니다. 자신이 해리성장애를 가지고 있다며 정신병원으로 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 1989년 전기의자에서 사형당했습니다. 그는 끝까지 범죄사실을 부인하다 사형당하기 하루 전 범행을 인정했죠. 

'첫사랑 스테파니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스테파니와 닮은 여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살해했다.'라고 말이죠. 덧붙여 스테파니처럼 갈색 머리에 가운데 가르마를 한 여성들을 골라 살해했습니다. 

 

 

 영화는 이 모든 걸 거의 그대로 담아냅니다. 이 영화에서는 테드 번디가 살해를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은폐하는지는 전혀 보여주지 않습니다. 수감되어있는 테드를 리즈(무려 10년 넘게 테드와 연인관계였던)가 찾아오며 시작되는 영화는 중반까지도 이미 테드 번디가 범인임을 알고 보기 시작한 영화임에도 진짜 테드 번디가 살인마인 거 맞아? 싶게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합니다. 그리고 극 중 연쇄살인마와 10년을 넘게 만나온 싱글맘 리즈(릴리 콜린스)는 그가 살인자임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인하기도 하며 나중에는 그럼에도 그를 잊지 못하고 방황하죠. 물론 리즈라는 인물은 영화적인 설정인 것 같습니다만, 이것이 단지 영화적인 내용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디테일은 달라도 당시 여성들이 이 사이코패스 살인자를 추종했다고 하니까요.

 

 

 

 영화를 보고서 도대체 리즈는 어떻게 살 수 있었나. 리즈와 그의 딸을 왜 죽이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가졌는데요 영화 후반에 리즈의 회상을 통해 저는 저 나름대로, '언제든 죽일 수 있지만 아껴둔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밤에 잠을 자다 플래시로 리즈의 배를 비춰보는 행동과 잠자리에서 마치 리즈를 작품처럼 응시하던 모습) 테드 번디는 끊임없이 살인을 저지른 데에 대해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믿어주는 존재를 필요로 했고 결국 떠난 리즈를 잊지 못하면서도 자신을 맹목적으로 믿을만한 다른 존재를 찾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그렇지만 영화 막바지에 교도소로 찾아온 리즈가 이제 그만 진실을 말하라고 종용할 때 차마 자신의 입으론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유리에 글씨를 써서 대답한 테드 번디를 보면 리즈는 진정으로 사랑했던 걸까요? 뭐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이건.

 

 

 영화 속에서 다분히 '영화적'이라고 생각한 많은 대사들이 사실은 테드 번디가 실제로 했던 말들이었다는 걸 알고 그의 언변이 뛰어났다는 것이 이 정도구나 했습니다. 테드 번디의 재판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생중계되었는데요. 그의 재판이 그 정도로 화제였고, 그의 재판을 보기 위해 몰려든 여성들이 가진 것은 여성을 향한 극악한 범죄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테드 번디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었습니다. 많은 여성은 실제로 당시 테드 번디에 대한 인터뷰에서 '그는 범인이 아닐 것 같다, 그가 내 침대에 있는 상상을 한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에서는 테드 번디의 이야기를 더 심층적으로 다룬 <테드 번디 테이프>라는 다큐멘터리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테드 번디

 

 영화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이지만 서도 어떠한 반전도 없이 계속해서 범죄를 부인하는 테드와 이런 테드에게서 헤어 나오기 힘들어하는 리즈, 그리고 계속되는 테드의 거짓말과 탈옥으로 진행됩니다. 특별히 자극적인 전개도 반전도 없지만 끝까지 보게 된 영화입니다.  앞서 우려되었던 살인자 미화, 범죄 미화는 1도 없었습니다.

 

 

잭 에프론의 테드 번디

 

 

 잭 에프론의 인생 연기였다고 해도 될 것 같은, 테드 번디 그 자체가 아니었나 합니다. 다음 대사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가 없고 나중에는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무서운 분위기를 풍기는 잭 에프론의 테드 번디는 잭 에프론 자신도 역할에 대한 준비와 공부를 많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실제 테드 번디가 재판받는 모습, 언변으로 좌중을 휘두르는 모습, 태연하고 뻔뻔하게 인터뷰하는 자료화면이 나오는데 이를 보면 잭 에프론이 테드 번디라는 인물을 얼마나 완성도 있게 재연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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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올리브:O
작성일
2019. 5. 15. 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