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별책부록> 엔딩 글귀 모아보기 (1~4화)

이나영과 이종석의 케미가 좋았던 tvN 드라마<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출판사가 배경인 드라마로

입체적인 캐릭터들과 돌싱, 경력단절에 대한 소재를 다루기도 한 드라마입니다.

엔딩 꼬리말에 인물들의 속마음을 서술해 놓고는 했는데요,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소설판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책을 읽고싶게 만드는 드라마였어요!

하지만 워낙 휙휙 지나가기도 했고, 인상 깊었던 글귀들이 많았기에 그러한 엔딩 글귀들을 모아봤어요.


 

1화 엔딩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말해, 어디든 데려다줄게."

그날.. 은호가 가자는 대로 어딘가, 

다른 먼 나라로 가버렸다면,

지금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어있을 것이다.

 

 

지치지 말자 강단이. 손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웃지 않으면 다가올 어둠이 두려워서,

있는 힘껏 햇살을 끌어 모았다.

 

 

'예뻐' 작게 속삭였다.

강단이는 알아듣지 못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빛나지 않아도, 향이 연해도, 색이 흐려도 

강단이는 강단이라서 아름다웠다.

언제나.

 

 

"울지마, 강단이. 괜찮아, 강단이.

잘 버티고 있어, 강단이."

단순한 위로 한 줄이 그리웠다.

 

 

힘든 날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내 안에 뿌리를 박고, 가지를 뻗고, 다정히 잎을 피워서

도려낼 수 없는 나무 같은 사람이 있다.

고통스러울 때마다 은호의 이름을 떠올렸다.

기대고 싶었으나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저,

그 이름을 떠올리기만 했다.

은호는 내게 이름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이었다.

 

 

눈물을 많이 흘린 날이었다.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인생을 구원한다는 

어린 시절 동화는 그저 동화일 뿐이란 걸,

뼈가 저리게 느낀 날이었다.

그 추운 날 당신이 손을 내밀었다.

별것 아닌 듯, 아무렇지 않게 뻗은 손엔

온기가 있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세상으로 나왔을 때.

우리는 그저, 손을 잡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 속에서 웃고, 뛰었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불안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2화 엔딩


오랜 시간 함께한 둘 사이에는,

전하려 애쓰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

묵묵하고 절대적인 계절의 변화를 거치며,

촘촘히 깊이를 더하는 나이테처럼.

그저 마주보고 웃었을 뿐인데

밀려드는 서로의 감정이 있다.

 

 

난 특별하지 않다. 혼자선 무엇도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손을 뻗는다.

다시 한 번, 세상에 손을 뻗는다.

붙잡아 달라고, 나와 같이 걸어달라고, 함께 살아가자고.

 

 

"합격입니다"

그 한 마디가 내겐 다시 세상에 들어와도 된다는 허락 같았다.

오랜 시간 팔 아프게 뻗고 있던 손을 누군가 탁, 하고

잡아준 기분이었다.

 

 

강단이에게 무슨 일인가 생겼다.

내가 모르는 일이. 왜 이렇게 늦게 눈치 챘을까

수화기너머 그녀의 목소리를 왜 더 세심히 듣지 못했을까.

왜 더 질문하지 않고, 왜 더…. 나를 향한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목이 바싹 마른다.

 

 

웃으면 그렇게 예쁜데. 사실 웃지 않아도 아름답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망울과 톡 터지는 감탄사, 생동감 

넘치는 몸짓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단이야, 이제부턴 행복하게 살아봐.

너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좋아하는 게 뭔지

다시 찾아봐."

 

 

나에겐 관대하고 친절했던 세상이,

강단이에겐 삭막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졌다.

보이는 풍경이 다른 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인생에 나눠질 수 없는 짐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린다.

나는 조금이라도 당신의 짐을 느껴보겠다고 애쓴다.

손을 잡고, 눈을 마주하고,

당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3화 엔딩


우리가 아직 어렸을 때

강단이와 나는 병원의 옥상에서 풍선을 날렸다.

안에 병원의 주소와 내 이름을 쓴 쪽지를 넣어서.

풍선이 도착한 곳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내게 답장을 써주길 바라면서.

학교에서 돌아와 강단이의 병실로 가면 매번 답장이 와 있었다.

그땐 그게 강단이가 쓴 답장이란 걸 모르고 좋아했다.

 

 

술에 취하면 습관적으로 택시를 탄다.

그리고 그녀의 주소를 말해버린다.

그러면 마음을 놓고 잠이 든다.

눈을 뜨면 그녀가 사는 곳에 내가 도착해 있을 테니까.

 

 

강단이는 나와 정반대의 사람이다.

나는 부끄러울 때 얼굴이 빨개지는데,

강단이는 시원하게 웃는다.

그녀는 언제나, 나와 다른 그 자체로 아름답다.

 

 

나는 강단이가 곁에서 멀어졌을 때 '그리움'이란 단어의 뜻을 알았다.

그 전엔 그리움이 단순히 보고싶다는 말과 같은 건 줄 알았다.

아니었다. 함께 보냈던 시간들을 다시 되새기고,

이미 잊어버렸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고, 그때 못한 말을 후회하고,

다시 되돌려 상상하는 일.. 그리움을 또 다른 사랑이었다.

 

 

언젠가 나는 책에 밑줄을 긋는 은호에게 말했다.

"나중에 커서 지금 밑줄을 그은 부분을 다시 읽어봐.

그럼 그 사이에 네가 얼마나 어른이 됐는지,

얼마나 변했는지 알게 될 거야!"

그랬더니 은호가 물었다.

"우린 그때도 같이 있겠지?"

 

 

언제나 놀라운 여자였다.

상처 받았으나 상처받지 않았고,

지쳤지만 쓰러진 채 누워있지 않았다.

 

 

"강단이씨, 강단이, 단이야."

몇 번이나 내 이름을 불러주는 은호 때문에 나는 계속 웃는다.

은호와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은호의 집으로 들어온 건 정말 잘한 일이다.


 

4화 엔딩


사랑한다고 말하는 대신에 달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야?' 묻고 싶었지만 노래를 불러 달라고 말했다.

그런 밤이 있다.

마음을 감춘 채 다가가고 싶은 밤.

말하지 않으면서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밤.

 

 

우리는 모두 서가에 꽂힌 책과 같은 존재다.

누군가 발견해주기를 기다리고, 

누군가 내 안을 펼쳐봐 주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내 안에서 

자신만의 문장을 찾아내 간직하기를 바란다.

 

 

강단이가 성큼, 다가오자 순식간에 몸이 굳었다.

입가를 닦는 손수건에 이 떨림이 담길까 조마조마했다.

강단이가 많이 취했기를,

그래서 바보 같은 내 표정을 못 보길 바랐다.

 

 

한결 차가워진 바람,

멀리 서있는 가로등,

낙엽이 날리는 빈거리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내가 강단이를 이미 오래전부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이 회사에 들어와 '사람'을 배운다.

사람과 사람은 얽히면서 '서로'가 되어가고

'우리'가 되어간다는 것을.

다른 사람하고 상관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좋아하는 사람 집에 다녀왔어."

우리는 거침없이 떠들고, 어색함 없이 침묵한다.

상대가 말이 많다고 진심을 드러내는 게 아니란 걸,

침묵한다고 마음을 감추는 게 아니란 걸 안다.

어젯밤 어디 다녀왔냐는 강단이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

그녀에게 마음을 읽힐까 두려웠다.

 

 

알아버린 이상, 그 전으로 결코 돌아가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스스로 짐을 나눠지겠다고 선택했지만, 이따금 그날의 선택을 후회한다.

어리고, 어리석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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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올리브:O
작성일
2019. 4. 29. 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