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스(Us)> 후기와 해석 (미국의 상황, 추천/비추천)*스포있음


  오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어스>를 보았습니다. <겟아웃> 감독의 작품으로 개봉 한참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화제의 작품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겟아웃을 정말 흥미롭게 봤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어스>의 예고편을 보고 기대를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함께 영화를 본 친구도 <겟아웃>을 정말 재밌게 봤기에, 저희 둘은 영화 시작까지 잔뜩 기대를 했습니다.

※ 이 게시물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영화 관람 전 이시거나,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은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엄마, 아빠, 딸, 아들 
 그리고 다시 
 엄마, 아빠, 딸, 아들…



해석 / 후기

1. 미국의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

 영화의 첫 화면은 주인공이 보고 있는 TV에서 출발합니다. 광고가 계속되는데요. 1986년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Hands Across America)' 광고가 나옵니다. 이것은 1986년 5월 25일 노숙자, 기아를 비롯 빈곤 계층들을 돕기 위해 개최된 캠페인입니다. 미국 내의 소외된 계층에 대해 이야기할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스>라는 타이틀에 대한 언급도 많습니다. US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우리'의 뜻도 되지만, 미국을 뜻하는 'UNITIED STATES' 중의적인 표현이기도 하다는 거죠. 여기까지만 봐도 '미국'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이 영화에서는 사회적 약자, 인종차별을 받는 사람들 모두도 미국인이다. 하나다 이런 의미를 내포하는 것 같습니다.

2. 예레미아 11장 11절, 가위, 숫자 11의 의미

보라 내가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리니 그들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그들이 내게 부르짖을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할 것인즉. 

예레미야 11장 11절 푯말을 들고 있는 남자, 어린 애디가 고른 11번 상품, 11시 11분을 가리키는 시계.. 숫자 11은 대칭을 의미하고 이는 복제인간에 대한 암시입니다. 또한 칼이 아닌 가위의 선택도 가위의 날이 11의 모양처럼 대칭을 이룰 수 있는 특징이 있기도 하고, 복제된 존재로서 대칭되는 그 연결고리를 끊겠다, 절단하겠다는 의미도 될 것 같습니다.

3. 토끼

처음 토끼를 보고 든 생각은 그들의 놀라운 번식력이었습니다. 지하세계의 인구가 식량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죠. 또 다른 해석으로는 극 초반 어린 애디가 '숲 속의 멀린'에 들어가서 자신의 복제를 마주하고 깜짝 놀란 직후 갇혀있는 토끼 화면과 함께 강렬한 사운드로 연 오프닝은, 그때 지하 세계에 바뀌어 갇혀버린 애디의 운명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4. 애디의 정체

이 영화의 마지막 반전이었는데요. 눈치가 빠르신 분들이라면 예상하셨을 겁니다. 마지막에 레드까지 죽이고 나서 가족은 차를 타고 떠나죠. 불현듯 애디는 깜짝 놀랍니다.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애디가 또 다른 자신과 마주한 그 날, 그녀는 기절을 한 것도, 도망을 친 것도 아니었죠. 레드에게 목 졸려 끌려 들어가 지하 세계에 갇혀버립니다. 그리고 복제인간인 레드는 지상 세계로 가 애드의 모습으로 살아온 겁니다. 그리고 이 반전을 통해 몇 가지 장면이 설명됩니다.

 

 

5. 레드의 목소리, 그녀만 말을 할 수 있는 이유 등

영화를 보던 중 궁금했던 것은, '왜 그녀만 말을 할 수 있지?' 조쉬 등 (백인 가족)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면 그들 복제인간은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짐승처럼 울부짖는 소리만 냅니다. 이 의문은 영화의 마지막 반전을 봐야만 풀릴 수 있는 것이었죠. 지하 세계에는 배움이 없습니다. 그저 복제된 존재들로 영혼이 연결되어 살아가죠. 때문에 그들은 말을 못 합니다. 하지만 레드만이 '무엇을 원하냐' 묻자 대답하죠.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레드가 처음 말을 뱉을 때 느끼셨나요? 한 단어, (꼴깍) 또 한 단어, (꼴깍) 하며 잠겨있는 소리가 터져 나오죠. 레드는 아주 어릴 때 지상세계에 있었기에 말을 할 줄 알았지만, 지하세계로 오며 말을 할 일이 없어졌죠. 목소리를 많이 낼 일도 없었을 겁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잠긴 목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은 그 때문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유독 11이라는 숫자에 예민한 것은 어쩌면 복제인간이었던 애드가 무의식적으로 11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인식해서가 아닐까요? 또한 마지막에 레드를 수갑으로 목졸라 죽이고 나서 그녀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웃습니다. 흡사 다른 복제인간들의 모습 같죠. 

6. 미국에 대한 비판

<겟아웃>이 미국의 인종차별을 비판한 것과 같이 이 영화 안에서도 미국의 인종차별과 빈부격차를 비판하는 요소가 많이 들어있다고 해요. 사실 저는 미국 내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몰랐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잘 공감가지도 않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1)"너희는 누구야?" - "우린, 미국인"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 제 친구가 말하더라고요. 그 장면에서 '미국'에 집착하는 것 같았다고. 그게 바로 '우리도 똑같은 미국인'이라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종차별에 대한 표현인 거죠. 하지만 처음엔 그럴 것 같다고 생각은 하지만 공감이 가진 않았습니다. 정체모를 복제인간들이 쳐들어와서 우리? 미국인.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도 다 같은 미국인이니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곧바로 꽂히지는 않더라고요.

 (2)"정부가 사람들을 조종하려고 물에 독을 탄다는 거 알고 있어요?"

가족이 다 같이 별장으로 향할 때 조라가 엄빠에게 묻습니다. 이때, 영화의 가장 처음 나온 자막이 생각나더라고요. [미국 대륙 내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수천 마일의 지하 터널이 존재한다]는 자막. 그리고 영화 후반부 토끼굴에서 뒤따라 온 애드에게 자신들의 존재에 대해 설명하는 레드의 말로 미루어 볼 때 이것이 다 정부의 소행임을 나타냅니다. 

 (3) 백인과 흑인의 빈부격차와 복제인간들의 점프슈트

백인인 조시 부부와 게이브 부부의 빈부 격차도 미국 내의 상황을 나타내는 상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복제인간들이 다 함께 입고 있는 점프슈트는 미국 내에서 블루 칼라로 불리는 노동자의 작업복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도 꼭 인종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빈부격차의 심화를 나타내는 장치인 것 같습니다.

 (4) 멕시코와의 관계

7. 제이슨과 플루토의 놀이, 마지막 제이슨의 반응

처음 그들이 집에 들어왔을 때 제이슨과 플루토는 단둘이 방에 들어가 놀이를 합니다. 저는 이 놀이에 대해 잘 몰랐는데 친구가 설명하길, 마스크를 쓰면 놀이가 시작되고 행동을 따라 해야 하는 것이 규칙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스크를 벗으면 따라 하는 걸 그만두는 것이고요. 그 장면 기억하시나요? 멕시코 국경을 넘어가자며 차를 달리던 가족이 저거 우리 차 아니야? 하며 서고, 제이슨은 이것이 함정임을 눈치채고 모두 차에서 내리라고 하죠. 이때 제이슨은 갑자기 마스크를 씁니다. 그러더니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뒷걸음질합니다. 그런데 이를 본 플루토 역시 제이슨과 똑같이 팔을 벌리고 천천히 뒷걸음질 치죠. 그런 플루토의 뒤에는 활활 불타고 있는 차가 한 대 있고요. 플루토는 계속 그렇게 뒤로 걷다가 결국 불에 타 죽게 됩니다. 바로 마스크를 쓰면 똑같이 행동한다는 놀이를 제이슨이 이용한 것이죠.

레드에게 잡혀갔던 제이슨은 숨어있던 캐비닛 안에서 레드를 죽인 후 마치 복제인간들처럼 기괴하게 웃는 엄마 애드를 목격합니다. 제이슨은 아마 느낀 것 같습니다. 엄마가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가 될까요. 그녀가 제이슨의 엄마가 아닌 것은 아니니까요! 제이슨은 차 안에서 기억을 떠올린 엄마 애드가 짓는 묘한 미소를 봅니다. 그리고 제이슨은 곧 마스크를 쓰고 앞을 보죠. 마치 내가 본 것, 내가 느낀 것을 모른 척하겠다는 듯 말입니다.

8. 포스터 눈물

포스터에서 눈물짓는 그녀는 애드일까요, 레드일까요. 애드라면 사실 자신이 복제 인간이었다는 과거를 깨닫고 흘리는 충격의 눈물일 것 같고, 레드라면 지하 세계로 억울하게 갇혀 복제 인간으로 살아온 데에 대한 원망과 슬픔의 눈물일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느낌

-이번 영화는 정말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대한 만큼 매우 놀랍다거나, 충격적이라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정보와 공부를 해야만 알 수 있는 의미들도 너무 많았습니다. 친구랑 내내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거지?', '그래서 뭐였다는 거지?' 식의 허무한 질문만 서로 하던 중 친구가 말하더군요. '감독은 그냥 애초부터 그래서 왜 이랬는지 등의 구체적인 건 보여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미국 내의 상황에 대한 문제와 그를 비판하는 것 그것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 감독의 바라는 것이었던 것 아닐까 하고요.

북미에서와 한국에서의 영화에 대한 온도차가 꽤 발생하는 것은 이런 상황들을 피부로 체감하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상황도 잘 모르고, 명료하게 와 닿지가 않아서인 것 같아요. 나만 명작인 걸 못 느끼는 건가 하고 평점을 보니 저 같은 사람이 꽤 있더라고요. 보면서 의미를 찾느라 피곤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의미를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추천? 비추천?

-추천 : 상징, 의미를 찾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추천입니다.

-비추천 : 상징, 의미도 좋지만 이해가 가는 선에서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분들께는 비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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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올리브:O
작성일
2019. 3. 31. 0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