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고전, <안나 카레니나> 후기

 

 <안나 카레니나>는 레프 톨스토이의 유명한 고전 명작입니다.

고전에 꽂혀서 이것저것 읽다가 <안나 카레니나>의 명성은 익히 들었기에 서점에서 집어 들었다가 다시 손에서 놔버린 책입니다.

(극악무도한 두께의 세 권짜리 책) 그리고서는 잊고 지냈는데 최근 넷플릭스에서 뭘 좀 볼까 하다가 <안나 카레니나>가 서비스 중이길래 봤죠.

 고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안에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같은 감정을 집어서 보여주는 가장 기본이 되는 서적인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지금도 훌륭한 소설들이 태어나고 있고 그 안에는 많은 인간의 내면과 사회, 생활상을 보여주고 또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하지만 고전을 읽을 때의 느낌은 예를 들면, 프로이트의 이론을 처음 접할 때의 충격 같은 거라고 할까요? 자극적인 재미는 없지만 그 안에 굵직한 한방을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제가 본 영화는 2013년에 제작된 <안나 카레니나>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안나로 분했습니다. 익히 <안나 카레니나>를 잘 아는 분들은 이전의 '소피 마르소'의 안나가 최고였다고 들 하지만 저에게는 키이라 나이틀리가 최고의 안나입니다. 

 

 

 알고 보니 <안나 카레니나>의 감독인 '조 라이트'는 이전에 <오만과 편견>도 리메이크했더라고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재밌게 읽었었기 때문에 영화로도 봤었는데, 거기서도 주인공 엘리자벳을 '키이라 나이틀리'가 연기했어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키이라 나이틀리'라는 배우와 고전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오만과 편견>에 이어 <안나 카레니나>에서도 조 라이트 감독과 키이라 배우가 함께 했어요. 

 

 

  • 원작
  원작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입니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1844년 카잔 대학에 입학하지만 대학 교육에 실망하고 1847년에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이듬에 잡지에 익명 연재를 시작하며 등단했고 작품 집필과 농업을 동시에 수행했습니다. 이후 1862년 결혼 후 문학에 전념하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의 대작을 집필하여 작가로서 명성을 얻습니다. 그렇지만 삶에 대한 회의에 시달리며 정신적 위기를 격었습니다. 1880년 원시 기독 사상에 몰두하여 '톨스토이즘'이라는 자신의 사상을 체계화했습니다. 1899년 종교적 전향 이후 대표작 <부활>을 완성했고, 사유재산 및 저작권 포기 문제로 시작된 아내와의 불화로 고민하던 중 1910년 집을 떠나 폐렴을 앓던 톨스토이는 아스타포보 역장의 관사(현재는 톨스토이 역)에서 영면했습니다.
  • 줄거리

치명적인 아름다움, 파국을 불러온 비극적 사랑 '복수는 내가 하리라, 내 이를 보복하리' 아름다운 외모와 교양을 갖춘 사교계의 꽃 안나 카레니나(키이라 나이틀리). 러시아 정계의 최고 정치가인 남편 카레닌(주드 로), 8살 아들과 함께 호화로운 저택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고루하고 이성적인 남편에게 염증을 느낀다. 낯선 파티에서도 안나의 아름다움은 시선을 고정시키고, 그녀 앞에 매력적인 외모의 젊은 장교 브론스키(애런 존슨)가 나타난다. 안나는 애써 브론스키를 외면하지만, 그의 저돌적 애정공세에 결국 치명적 사랑에 빠지게 된다. 뜨거운 욕망에 사로잡힌 안나는 브론스키와 위험한 관계를 이어가고,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소문이 사교계에 퍼지자 난나는 가정을 버리고 도피하는데.

  • 영화의 연출기법

 개인적으로 영화의 시작부터 매우 흥미로웠던 점은 연출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앞서 그 많은 책 분량을 영화 한 편에 어떻게 구성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요 장면의 전환을 연극식으로 합니다. 연극무대처럼 배경과 소품이 움직이며 바뀌어, 생략할 수 있는 부분을 생략하면서 시간을 절약하여 빠른 진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 보는 재미도 적절하게 주어 극적인 효과도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고전을 먼저 읽으셨던 분들에겐 이점이 아쉬움으로 작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생략과 빠른 진행으로 인하여 <안나 카레니나>의 불륜의 면모만 부각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세트를 그렇게 만든 것인지, CG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소와 장면의 전환이 꽤나 신기해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는 흐름을 방해받는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초반에는 이러한 연극식 연출이 눈에 띄었지만 갈등과 감정이 고도되면서 인물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 이모저모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원작을 읽지 않은 저도 브론스키와 안나의 치정이 너무 많이 부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긴 원작을 영화 한 편으로 줄인 것이기에 납득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점차로 망가져가는 안나 카레니나를 보면서 역시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혔습니다. 불륜은 당연히 나쁜 것이고, 사랑 때문에 혹은 체면 때문에 이혼해주지 않는 남편,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여성 안나 카레니나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엔딩은 죽음이라는 것은 내용을 끝까지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생각한 대로 죽음의 결말을 보니 기분은 더 씁쓸했습니다.

 

안나 카레니나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인생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였습니다. 잘 살았다 나쁘게 살았다는 것은 주관적일 수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든, 가지 않은 길을 후회한다'는 것입니다. 뭘 선택할지라도 어쨌든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어떻게 하면 덜 후회할 선택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덜 후회하는 삶을 살 것인가' 그 고민이 인생을 더 윤택하고 풍요하게 만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나 카레니나>가 비록 영화에서는 다 담지 못했으나, 고전으로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치정, 불륜을 떠나 당대 러시아의 사회, 생활, 문화, 인간상이 전반적으로 녹아들어 있고, 비단 안나 카레니나만의 문제가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어쩌면 지금의 우리들도 가지고 있는 문제일지 모르는 인간 면모를 다루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안나 카레니나> 책의 도입부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행복과 불행을 구분하는 것이 가족 전체의 공감과 공동으로 추구하는 가치에 의한 것임을 나타냅니다. 행복한 가정은 그것이 잘 이루어져 행복을 이루는 것에 있어 어떤 조건이나 이유를 따지지 않죠. 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기분이 나쁘고 슬프고 화나고 불행해한다는 겁니다. 이토록 행복이 어떻게 보면 어려운 것인 것 같네요. 우리가 '보통'과 '평범'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일까요?

 

 또한 안나 카레니나에는 톨스토이의 철학이 드러납니다. 톨스토이는 절제와 금욕하는 삶을 추구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이상이었고 현실은 달랐죠. 그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눈물겨운 노력을 한 인물입니다. 이웃에 사랑을 베풀라고 했지만 아내에겐 냉정한 남편이었고, 게으른 귀족을 경멸했지만 그 역시 귀족이었고, 성욕을 경멸하면서도 육체적 욕망을 주체하기 힘들었고, 결혼제도를 증오했지만 이혼하지는 않았으며, 모든 것을 놓고 소박한 삶을 살기를 원했지만 낭비가 심했습니다.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자기가 먹을 밥은 직접 지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 절제만이 자기 자신을 타락에서 지켜낼 수 있음을, 순간의 욕망과 자제력의 상실은 스스로를 망가뜨린다는 날카로운 교훈,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임을 시사합니다.

 

 브론스키 역을 맡은 애런 존슨의 치명적인 매력과 키이라 나이틀리의 관능적인 안나 카레니나는 순식간에 고전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듭니다. 오로지 배우의 눈빛과 연출 하나만으로 감정선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치정임을 알면서도 그들의 불륜이 로맨스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여기서도 재밌는 것은, 안나 카레니나는 극 초반에 바람을 피워 이혼 위기에 놓인 친오빠에게 찾아가 올케언니를 설득하는 똑 부러지고 현명한 여인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본인이 치정의 위기에 사로잡혔을 때는 어땠죠? 바보 같을 정도로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고 빠져들고 맙니다. 이런 일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종종 있는 일 아닌가요? 남의 일은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지만 내 일에 있어서는 그게 잘 안 되는 거죠. 

 

 

아무튼, 영화를 먼저 보고 나니 고전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작품입니다. 그 전에는 전혀 그 보통 존재감이 아닌 엄청난 두께의 세 권짜리 책에 손을 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까요. 

 

Review/영화드라마애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성자
올리브:O
작성일
2019. 4. 15. 22:03